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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일상

삼겹살에 비치어...

저는 고기를 굽지는 않고 먹기만 하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그보다 더 싫은 사람은 타고 있는 고기를 보고만 있는 사람입니다.

인천 모병원에 약관 29살에 과장으로 취직되었습니다.
지금은 어떨 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한달에 한번씩 회식자리가 있었습니다.
주로 고기집에서 모였는데, 나이어린 제가 항상 집게와 가위를 들었습니다.

세분은 열심히 드시고 저는 열심히 구웠습니다.
고기굽는 판이 작은지 드시는 속도가 빠른지 구우면 없어지고 또 구우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다들 드시고 나면 혼자 먹었습니다.

간혹 "아니, 홍과장! 자네는 왜 안먹나?"하며 생각해주시는 과장님도 계셨지만
혼자먹고 있는 저를 보고 무지하게 먹는다고 생각하는 과장님도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제가 담당인 테이블에 같이 자리하신 과장님들은 타지 않은 고기를 드셨고
고기판도 타지않아서 바꿀 필요가 없었습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과장이 되다보니 6년쯤 지나서야 비로소 저보다 한살 어린 과장이
들어왔습니다. 옳다구나 생각하면서 고기집에 가면 그 과장이 앉는 테이블에 같이
앉았습니다. 그러나 그 과장은 젓가락만 집었고 습관이 되었는지 저는 젓가락대신
또 집게와 가위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14년이 흘렀습니다.
어제 익산시 치과의사회 월례회가 고기집에서 있었습니다.
회장이 된 지금, 아직도 습관이 남아서 저도 모르게 또 집게와 가위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제 앞자리에 앉아있던 다른 원장님이 제 집게를 뺏다시피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편한 분위기에서 타지않은 고기를 즐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