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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내 생각이 깊지 못했다.



개업 10년이 넘어가지만, 나는 개원 처음부터 아말감을 하지 않았다. 개원 전부터 존경하옵는 홍 선생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배워왔던 터인데,  어찌 아말감을 하겠는가? 스승님의 지엄하신 본부를 나는 줄곧 지켜왔다.

그래서 나는 아말감을 거의 해보지 않았고, 잘 하지도 못한다. 년 전에 치과를 전주로 옮긴 후, 새로운 왜곡된(?) 환경에 땀 흘리며 적응하느라 나는 아말감을 하기로 했다. (아, 자존심이 심하게 무너졌다. ㅠ.ㅠ)

도회지 전주로 이전을 하면서 좀 더 세련된 도시 분위기에 맞추어 치과를 경영하겠다는 부푼 꿈은 야무지게 무너졌다. 이곳은 이전의 곳보다 더 심한 측면이 있다. 학생들 손에 보험카드와 만 원 짜리 한 장을 쥐어준 채 치과에 보내는 부모들이 의외로 더 많았다.

전화를 드리면 직접 찾아주시는 부모님은 존경스럽다. 전화로라도 상담을 받고서 치료를 부탁하는 분이라면 그래도 고맙다. 매양 혼자 찾아오는 학생들의 의견으로는 치료를 거의 하지 않지만, 그래도 아말감을 해달라는 부모가 꽤 있다.

불경기의 느낌이 확연히 느껴지는 이 즈음에, 과거처럼 그 학생들의 부모님에게 레진이나 금인레이만을 강권하고는 아말감을 매몰차게 거절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억지춘양으로 아말감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따위 생각으로 서투르게 아말감을 시작한 나는 아말감을 충전하는 재미에 야릇하게(?) 빠지고 있다. 러버댐을 대고, 충치를 제거하고, 그리고 아말감을 다져 넣고서 아말감이 굳을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보낸다.

아말감이 적당히 굳은 것을 확인한 후에는 조심스럽게 카빙을 하기 시작한다. 다행히 지난 10여 년간 레진 충전의 내공을 쌓으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상하악 대구치의 교합면 형태 만들기에 익숙하다. 레진으로 교합면 형태를 만드는 것과 비교하면 아말감은 훨씬 더 쉽다.

치아의 교합면 형태를 잘 형성하여 정성스럽게 폴리싱을 한 아말감 충전물을 보면 조금은 기쁜 마음이 든다.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레진이나 금인레이를 하지 못하는 처지의 학생들에게 아말감이라도 좀 더 완벽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사명감(?)까지도 든다.

어차피 환자도 별로 없고, 불경기에 어려운 환자들 사정도 봐주면서, 치료의 즐거움까지 얻으니 이 아니 즐거운 일 아닌가? 예전에는 아말감을 해달라는 환자가 혹여 오면 내심 마음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니 내 생각이 깊지 못했다.

논깡